시작과 끝에서 보며 본 것을 제자리에 두기

적응(adaptation)

1.

돌아보면, 연체동물 연구가 삐아제 지적 이력을 결정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가 이들 생명체에 대한 세심한 관찰로 주목한 것은, 그것들이 사는 위치가 흐르는 물이냐 고인 물이냐에 따라 그 껍질들은 그 모양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적응에 대한 선명한 실례였다. 하지만, 연체동물 몇몇을 한쪽 환경에서 다른 쪽에 이식함으로써 그가 찾아낸 건, 그것들의 껍질 모양은 계통–발생적 적응이 아닌 개체–발생적 적응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아주 분명히, 그의 흥미를 자극했고, 인간 차원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명 유기체의 개체발생적 적응 깜냥, 즉, 알기 능력을 연구하는 데에 그의 이후 한 평생을 바치도록 했다. 

 

 

2.

초기에 속하는 이 책이 보여주려 한 것은, 인간 젖먹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그들이 경험하는 실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와 같은 실재를 우리가 독립된 것으로 전제(當然視)하든 안하든, 실상, 그들은 반드시 이 일을 해야 한다. 물론, 이 책은 특정 유아의 실재 구성을, 엄마, 아빠, 곰 인형, 그리고 요강으로 상세히 설명하지 않지만, 개체 실재의 핵심 구조를 이루는 기초 개념들이, 그 같은 구조 자체가 실존한다는 전제(當然視) 없이, 쌓아올리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삐아제 이론의 주춧돌이자, 모든 전통 지식 이론들과 삐아제 이론 사이 가장 중요한 차이다. 그의 격언, ‘지식은 상위(上位)의 적응 형식이다’의 직접적 귀결로, 인지를 존재론적 실재에 대한 재현(表象) 산출자로 보는 생각을 버리고, 인지를, 그 대신, ‘바이어블’할 개념–구조들 구성을 목적으로 하는, 적응 도구로 생각했다. 

 

 

3.

유기체가 평생 겪는 여하한 상황도 또 다른 상황과 정확히 같지는 않을 것이기에, 많은 경우, 차이들이 무시되는 것은 분명 이득이 된다 (따라서, 적응적이다). 다시 관찰자 관점으로 돌아가서, 여기서 특이성(特異性)은 이러한 적응은 통상적 적응과는 반대로 진행되는 걸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각 과정에서 지각되고 있는 것들은 유기체의 개념 구조에 맞아들기 위해 수정되지만, 반면, 일반 생물학적 의미에서 자연선택은 유기체들의 구조를 수정함으로써 그것들이 그들 환경의 고유한 제약들에 맞아들도록 한다. 이러한 적응 과정의 명백한 역전(逆轉)은, 독립된 실재에 자체로 실존하는 대상들을 지각하는 유기체 견지에서 생각하는 한,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구성론자 관점에서, 적응은 사물-자체들로 조성된 외부 세상과 맞서 대등해지는 걸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의 평형을 개선하는 것, 즉, 경험된 제약들과 관련해서 자신을 들여 맞추는 일을 뜻한다. 이는 구성론 모델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며, 우리는 이 점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인지적 바이어빌러티

http://www.cysys.pe.kr/zbxe/RRC/324678

 

 

진화론적 인식론

http://www.cysys.pe.kr/zbxe/RRC/32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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