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에서 보며 본 것을 제자리에 두기

형용사 어미로 무차별적으로 쓰이는 '~적'에 대한 주의

번역서 혹은 번역서에 영향을 받은 글쓰기에서,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형용사 만드는 ‘~적’은, 

독자 입장에서는, 

텍스트 독해의 극악한 방해물이지만, 

필자나 번역자 입장에서는, 

뭉뚱그려 처리하기 용이한 훌륭한 도구다. 

 

문장 흐름을 매끄럽게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맥락에서 그 의미가 읽히기 힘들거나 모호할 경우라면, 

명확한 의미 전달이 더 우선적이기에 풀어 쓸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달리, ‘적’을 생략하여 처리해도, 

일상어 사용례와 들어맞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경험적 세계/세상’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 경험 세계/세상’이라 하는 경우, 

매우 부드럽게 읽히지만, 

독자는, 여기서, 통상, 

‘우리가 경험으로 구성한 세계’로 읽을 것이고,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경우,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으로도 읽을 것이다.

 

여하튼, '~적'은 맥락에 따라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는 어미다.

이 텍스트에 나오는 몇몇 사례들 더 들자면,

 

 

‘형상적’은 

‘형태나 모양으로 보여지는, 또는 형태와 모양으로 보여준 것과 관련된’의 뜻으로, 

‘조작적’은 

‘조작에 기반한 또는 조작으로 구성된’의 뜻으로 쓰이며, 

경험적(empirical)’은

‘경험(실험, 관찰)에서 기원한, 기반한, 의존하는, 또는 경험으로 입증 가능한’의 뜻으로 쓰인다. 

‘반성적 추상’의 ‘반성적’은, 

이 경우, ‘반성으로 얻어진’으로 읽힐 수 있다.

 

'empirical'과 관련하여,

experiential도 'empirical'과 같이 ‘경험적’으로 번역되는데, 

experiential은 ‘경험과 관련된’ 또는 ‘경험에서 얻어지는 또는 결과되는’의 뜻이므로, 

위에서 설명되는 'empirical'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어, 

영어 사용자들은 그 차이를 그들 언어 사용 맥락에서 쉬이 얻겠지만, 

번역된 한국어에서 차이는 사라진다; 그래서,

역자는 이 RC(1995) 텍스트에서는 'empirical'을 '실험관찰적'으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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