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자신의 알기이론에 인식론이라는 용어를 쓰기를 꺼려한 까닭은,
인식론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순간, 인습에 따라 자동으로, 인식론과 존재론의 이분법을 끌어들이고, 이어, “실재하는 존재에 대한 학”으로서 존재론은 그럼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귀결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바에서 나온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존재론적 실재 구성을 과업으로 삼는 형이상학들에서 그러한 존재론들이란, 새내기 주체들이 재현해서 장착해야만 하는 실재하는 세상에 대한 준거로 제시되는 것들이다. 반면, RC에서는, 존재들에 대해 그와 같은 실재성 또는 진리성을 확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이어빌러티를 확립시키는 것이기에, 존재들이란, 경험적 실재(現實)을 함께 구성하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우리들 협력적 과정의 산물이지, 우리 경험과 무관하게 그 너머에 원래부터 있었던 그리고 영구불멸의 어떤 것들이 아니다.
고로, 경험적 실재(現實)들이란 개체로서 알기 주체들이, 경험으로 마주하는 세상에 맞세우는 발견적 허구로서, 반성과 이해하기로서 창조한 독특한, 같을 수 없는, 항상 유동적인 우주들이다. (2장의 온틱한 실재와 존재론적 실재에 관한 역주 참조)